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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와 함께 대한독립 외친 어머니

심혜진 명예기자 | 2019-02-26 오전 11:18:55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1919년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3.1운동을 주동한 혐의로 유관순 열사가 체포, 수감된 옥사다. 이 8호 감방엔 유관순 열사와 함께 옥고를 치르던 여섯 명의 수감자 중 심명철(본명 심영식, 1896~1983) 지사가 있었고, 심 지사의 아들 문수일(82) 씨가 현재 미추홀구 도화동에 살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문 씨를 만나 심 지사의 생애를 들어봤다.“어머니가 독립운동가라는 걸 알게 된 건 중학교 때였던 것 같아. 가끔 이불속에서 같이 잘 때 어머니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나. 일본 순경 몰래 몰려다니고, 모의했던 얘기, 감옥에 들어가서 어떻게 했다는 얘기, 그때 유관순이랑 같이 있었다는 이야기. ‘아, 우리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 그런 생각을 했지.”심 지사는 1896년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약을 잘못 먹은 뒤 시력을 잃었다. 기독교 미션스쿨인 미리흠여학교를 졸업하고 1919년 3월 3일 호수돈여학교 학생들과 개성에서 독립만세를 외치며 행진하다 체포됐다. 일제 총독부는 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세시위를 벌인 사실을 믿지 않았다. 배후에서 이들을 조종한 사람을 찾기 위해 모진 고문을 서슴지 않았다.“감옥에서 매 맞고, 막대기로 손가락 뒤틀고, 그렇게 고문을 했대. 그때 어머니 고막이 터져서 돌아가실 때까지 귀에서 고름이 나왔어. 감옥에 일곱 명이 같이 있었는데 서로 눈짓을 해서 독립만세도 외치고, 노래에 가사를 붙여서 같이 불렀대.”심 지사와 같은 감옥에 있던 이들은 유관순, 김향화, 권애라, 신관빈, 임명애, 어윤희였다. 이들이 함께 지어 부른 노래 가사를 문 씨가 심 지사에게 듣고 기록해두었다. 이 내용은 지난 1월 한국일보에 실렸다. 10개월 후 출소한 심 지사는 이듬해 미리흠학교 동지들과 2차 독립만세 운동을 모의했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밟던 일본 순경에게 발각돼 다시 1년 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6개월 후 가석방됐지만 기록이 충분치 않아 독립운동 이력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심 지사는 시각장애인이었던 문효덕 씨와 결혼해 인천으로 왔다.“어머니 얘기가, 일본 형사들이 자꾸 쫓아다녔대. 그래서 인천으로 도망을 왔다더라고. 그런데 얼마 안 있어서 인천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러더래.”인천에 온 뒤 독립운동을 하던 이들과는 연락이 끊겼다.“앞이 안 보이시니까 소식 듣기도 어렵고 그랬겠지. 또 결혼을 했으니 어머니도 먹고 살아야 하잖아. 그때부턴 생활에만 전념하신 것 같아.”심 지사 부부는 중구 중앙동에서 침술원을 운영했다. 부부가 함께 영업을 해 살림살이는 어렵지 않았다. 문 씨는 이들 부부가 마흔을 넘겨 낳은 첫 자식이다. 문 씨가 아홉 살이 된 1946년, 아버지가 약을 잘못 먹고 사망한 뒤 생활이 힘들어졌다.“어머니가 삯바느질하시고, 뜨개질도 하셨어.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지. 돈이 들어오면 꼭 필요한 것 이외엔 아예 쓰질 않으셨으니까.”문 씨는 대학에 입학한 뒤 어머니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을 수 있도록 수소문했다. 국가보훈처를 찾아가고 청와대에도 편지와 자료를 보냈다. 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자격이 안 된다는 거야. 감옥에 3년 있어야 된다는 거지. 그러면 (국가유공자) 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나중에 안 건데, 이승만 때 독립유공자 신고하라고 한 적이 있었더라고. 그때 신고한 사람은 서훈을 받았는데 어머니는 그걸 몰랐던 거지.”결국 심 지사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채 1983년 88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몇 년 후, 장수복이라는 아동문학가가 심 지사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문 씨를 찾아왔다. 문 씨의 이야기에 몇 가지 극적인 이야기를 보태 동화책 두 권을 펴냈다. 장 작가의 노력으로 1990년 심 지사는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어머니가 계셨더라면 무척 기뻐하셨을 거야. 나도 드디어 내 역할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을 놨지. 살아계실 때 해드리지 못한 게 아쉬워.”서훈을 받은 뒤부터 문 씨는 후손 자격으로 광복회 활동을 한다. 요즘도 한 달에 한두 번 모임에 나가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광복회 후손들은 거의 잘 사는 사람이 없어. 독립운동하느라 후손들 공부를 못 시켰잖아. 바라는 게 있다면, 독립운동 정신을 우리 다음 사람들이 이어받게 해주었으면 좋겠어. 3.1운동 정신, 애국심이지 뭐.”인터뷰가 끝나자 문 씨는 잠시 꺼내놓았던 심 지사의 오래된 사진과 유품을 소중히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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