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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온도> 웰컴 투 SNS 월드

심혜진 명예기자 | 2019-05-03 오후 1:21:20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는 가까운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일상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관심 분야의 게시글을 올리는 이들을 친구 추가 하거나팔로우하고,  구독한다. 그러는 동안 조금 특별한 친구들이 생겼다.

먼저 영상을 통해 알게 된 호탕하고 유쾌한 성격의 한 사람을 소개하려 한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영상에서 어떤 할머니가 20대의 어린 손녀에게 잔소리인지 핀잔인지 모를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박막례.
알고 보니 이미 유튜브에선 유명 인사였다.43년 동안 쌈밥집을 하며 홀로 삼남매를 키운 할머니는 일흔 살이 되자 의사에게 "치매를 주의하라"는 말을 듣고 말았다.
마음이 아팠던 손녀가 할머니의 일상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고, 방송 두 달 만에 구독자 수가 15만 명을 넘기며 일약 대스타가 됐다.
때론 퉁명스런 말투로 거친 비속어를 남발하지만, 그 너머 할머니의 따뜻한 인간미가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그를 아끼는 편(그는 팬을 편이라 발음한다)들이 많다.
작년 식당 자리에 도로가 뚫리게 되어 강제 영업 종료를 하던 날,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쏟는 할머니의 모습이 영상으로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할머니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댓글이 3천 개나 달렸다.

그가 눈대중과 손맛으로 대충만든 비빔국수 영상은 조회 수 370만 회를 넘겼고, 인터넷에는 그의 요리법대로 만든 비빔국수 인증샷이 지금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구독자 수는 어느새 80만을 훌쩍 넘겼다. 나 역시 그중 한 명이다.
내가 일흔세 살, 입담 거친 할머니의 일상에 관심을 가질 줄은 정말 몰랐다. 그의 영상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면서 한편으론 올해 일흔이 된 엄마 생각에 가슴이 찡해진다.
올해 초 올라온 영상에서 그가 한 패스트푸드점의 무인주문기 앞에서 불고기버거와 콜라를 주문하려다 끝내 실패하고 "나 안 먹어"라고 말하는 장면엔 가슴이 뜨끔했다.
엄마가 스마트폰 사용법을 반복해 물어볼 때면 답답함에 언성이 올라가곤 했다. 십 대 때부터 컴퓨터를 만진 나와 여전히 컴퓨터의 전원도 켤 줄도 모르는 엄마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폰을 대하는 방식은 뼛속부터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노안도 겪지 않은 한창 젊은 나의 세상과 키마저 많이 줄어든 일흔 살 엄마의 세상은 같으면서도 같은 곳이 아니었다.
나도, 세상도, 이들에게 조금 더 친절해져야 한다.

유튜브에서 박막례 할머니를 만났다면, 인스타그램에선 34만 팔로워를 지닌 77세의 그림 그리는 이찬재 할아버지를 알게 됐다.
멀리 사는 손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림을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얼마 전 그림과 글을 모아 책까지 냈다.
"너희가 커서 이 책을 읽을 때쯤 난 이 세상에 없겠지만, 너희를 위해 이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 할아버지의 글에서, 어쩌면 그리움은 나이가 들수록 짙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전국노래자랑에서 미쳤어를 불러 할담비라는 별명을 얻은 지병수 할아버지의 영상을 페이스북에서 보게 됐다.
귀엽고 섹시하게 춤을 추며 댄스곡을 부르는 할아버지를 본 적이 있었던가. 너무 신기해서 몇 번이나 돌려보고 엄마에게도 링크를 복사해 보냈다.
이미 텔레비전 본방송으로 봤다는 엄마와 한참 수다를 떨었다.

나의 SNS 세상은 이렇게 멋진 이들과 함께한다.
멀기만 했던 그들의 세상에 손님으로 초대된 기분이다. 살짝 들여다본 그 세상은 막연히 상상한 것과 달리 그리 답답하지도, 어둡거나 마냥 슬프지도 않았다. 어느새 할머니가 된 우리 엄마의 세상에도 더 바짝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나도 도달하고야 말, 지금도 하루하루 다가가는 중인 그 세상을 SNS와 엄마를 통해 미리 엿볼 수 있으니 이 또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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