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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의 독립운동에 대한 신념, 가슴 벅찹니다

박종남 명예기자 | 2019-07-23 오후 2:06:35
 2019815일은 74주년 광복절이다. `빛을 되찾다(光復)`는 의미를 지닌 이날은 잃어버린 국권을 회복해 당당한 독립국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날이다. 목숨을 걸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숭고한 정신과 값진 희생은 쉽게 잊히고 있다. 광복절을 맞아 독립을 염원하며 항일운동에 앞장섰지만 이름조차 드러나지 않았던 독립유공자들의 정신을 되짚어보며 그들을 기리고자 한다.

박종남 명예기자

 

 

 

용현동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엇비슷한 모양으로 지어진 주택들이 가로세로 골목을 따라 늘어서 있다. 담장마다 형형색색의 화분들이 자리를 하고 있어 눈 호강과 더불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니 `독립유공자의 집` 명패가 달린 홍순옥(69)씨 집이 나타났다.

 

그녀는 칠곡군 가산면 팔공산 자락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11살 되던 해에 부친이 유명을 달리했다. 평소 경제활동을 크게 하지 않았던 부친이었지만 생전보다 더욱 집안의 생활고는 커졌다. 어려운 살림에도 오빠들은 남자는 배워야 한다며 교육을 받았지만, 그녀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여자 혼자 힘으로 자식 건사하며 농사에 애쓰는 모친을 돕는 일이 그녀의 당연한 몫이었기에 학교를 다닌다는 일은 언감생심이었다.

 

부모 원망할 겨를도 없이 고단한 농사에 에너지를 소진하던 그녀였기에, 생활고에 지친 모친의 넋두리와 하소연 속에서 어렴풋하게 부친의 독립운동 얘기를 들었지만 무심히 넘겼다.

 

"알짜배기 땅은 팔아서 나라 찾는 일에 쓰고, 비 구경 못하면 모도 못내는 쓸데없는 땅들만 남아 고생을 면하지 못한다"는 모친의 말을 이해한 것은 그로부터 몇 번의 강산이 변하고 난 뒤였다.

 

오히려 그녀 기억에 남아있는 아버지는 자상한 분이셨다.

 

"얼굴은 홍조를 띠었으며, 체구가 작았으나 강단이 있어 보이셨죠. 담배는 피웠지만 술은 한 모금도 드시지 않았고 어디에서도 큰소리 내는 법이 없었어요."

 

어려서 서당 공부를 한 부친은 남양 홍씨 집성촌에서 20리가 더 되는 두메산골로 분가해 가정을 꾸렸다. 집안일보다는 문중 대소사를 챙기고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일에 더 열중했다. 갓 쓰고 두루마기 차림으로 걸망을 짊어지고 다니던 부친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다.

 

항상 조용하던 부친이 종래에는 풍을 맞아 병치레를 해야 했다.

 

"안팎에서 드러나지 않게 사시던 부친이셔서 독립운동 이력은 2008년 건국포장에 추서되고서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부친 홍창흠(1894~1960) 애국지사는 독립운동가 강일순이 주도하는 독립자금 모금단체인 `흠치교`일원으로 활동했다. 1920년 독립자금을 모금을 해 50원을 냈다는 이유로 대구형무소에서 1년간의 옥고를 치렀다.

 

평생을 초야에 묻혀 살았기에 드러나지 않았던 홍 지사의 독립운동은 한 세대를 건너서야 느지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팔공산 아래에 묻혔던 그를 2008년에 대전 현충원으로 모시게 됐고, 그제야 순옥 씨를 비롯한 자식들이 부친의 독립 활동과 공적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됐다.

 

무능력한 모습 뒤에 숨겨져 있던 독립운동을 향한 굳건한 신념과 소신 있는 부친의 행동을 뒤늦게나마 알게 된 그녀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됐다.

 

그녀는 사경을 헤매는 수술을 수차례 거듭 받았다. 뇌수술이 끝나고 혼미한 정신 가운데 "네가 너를 살려주마! 미안하다"는 부친을 꿈인 듯 생시인 듯 뵈었다.

 

오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유공자 자녀 수급이 순옥 씨 차례로 왔다. "아버지가 저의 약값을 매달 보태주고 계시는 거죠."

 

월마다 유공자 모임을 갖는 그녀는 사는 것이 바빠서 잊고 있었던 부친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독립유공자의 집`이라는 명패를 바라보며 당당함과 가슴 벅참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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