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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의 미추愛세이> 사랑밖엔 난 몰라

나이스미추 편집위원 | 2019-08-21 오전 10:34:41
 `매미는 맵다고 울고, 쓰르라미는 쓰다고 우는`여름이 절정이지만 내가 사는 동네 매미소리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듯하다. 소리의 규모나 질감만 줄어든 게 아니라 실제 개체수도 예년만큼 안 되는 것 같다. 아파트 옆 나무 기둥마다 남겨 놓은 흙빛 매미 껍질이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눈에 안 띈다.내게 매미소리는 잠시나마 무더위를 잊게 하는 `납량특집 버라이어티 라이브 쇼`지만 간혹 귀를 막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며칠 전 중년 부부가 지나가며 한 말은 충격적이었다. "쟤네는 이렇게 더운데도 저렇게 울고 싶을까." 부인이 짜증내니 남편이 짜증을 더해 답했다. "보건소는 세금 받아 뭐하나 몰라, 약이라도 확 쳐서 없애야 할 것 아냐."

매미소리를 새소리와 비교할 순 없다. 그렇다고 소음공해로 봐야 할까. 매미도 나름 억울하다. 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내기 때문이다. 몸통 안의 얇은 막을 떨어서 내는데 소리 낼 때 자세히 보면 몸의 절반을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한다. 가성의 아이돌이 아닌 진성의 오페라다.
두 번째는 사람 때문이다. 낮이고 밤이고 자동차와 오토바이 소리가 끊임없는 도시 소음에 자기 소리가 묻히기 때문이다. 크게 소리를 낼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많은데 도시 소음은 그 인기를 방해하는 천적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절박하기 때문이다. 6년을 어둡고 습한 땅속에서 오직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드디어 7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천적을 피해 나무를 오르는 것도 쉽지 않다. 어렵게 기둥을 올라 발톱을 단단히 박고 허물을 벗는다. 이름하여 우화(羽化). 날개를 달고 우아하게 "우와~"하며 감탄할 시간도 잠시, 자신의 짝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단 2주 만 허락된다. 길고 긴 어둠의 세월을 견디고 이제야 날개를 달았는데 며칠 뒤면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누가 절박하지 않을까.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매미소리는 사랑을 부르는 연가이며, 온몸으로 짝을 찾는 생의 마지막 절규인 것이다. 데시벨만 따지지 말자. 단지 `고추 먹고 맴맴`거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밖엔 난 몰라, 근데 시간이 얼마 없어`라는 그들의 외침을 이해하면 당신의 감성은 아직 메마르지 않았다.

매미소리가 시원함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게 되면 견뎌야 할 소음이 아니라 즐겨야 할 라이브 무대가 될 것이다. 매미소리를 `약이라도 확 쳐서 없애야`할 소음으로 생각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볼 일이다. 나는 사랑을 위해 그토록 길고 긴 어둠의 침묵을 견딜 수 있을까. 나는 생의 마지막까지 사랑 노래를 절절하게 부를 수 있을까. 허락된 짧은 시간을 사랑꾼으로 살아가는 매미의 `사랑밖엔 난 몰라`가 맴맴거리는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