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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의 미추愛세이> 바람이 전하는 말

나이스미추 편집위원 | 2019-09-24 오후 1:56:52
 , 셌다. 아니 무시무시했다. 역대 5위급 강풍의 위력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13호 태풍 `링링`이 상륙한 지난 7일 집 근처 대로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강수량이 많진 않았지만 초속 50m의 태풍은 도시를 순식간에 초토화시켰다.

가로수들은 일제히 몸을 휘청거리며 필사적으로 땅을 움켜잡고 링링에 맞섰다. 위태롭고 처절해 보였다. 잘려나간 잔가지들은 비와 함께 도로와 허공으로 쓸려 다녔는데, `암흑의 대낮`에 저공비행하며 공습하는 먹구름군단은 모든 것을 삼킬 기세였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가로수는 끝내 맥없이 꺾였고, 찢겨진 현수막 천들이 도심을 빠른 속도로 흐느적거리며 떠돌았다. 유령처럼.

링링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음산하고 섬&52255한 소리를 내며 휘저었다. 순간 나는 바람도 살아있구나, 어쩌면 얼굴이 있는데 너무 빨라 내가 못 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소름이 돋았다. 차에서 내려 아파트 현관으로 가는 동안 우산은 제 역할을 못했다. 뒤집히기 직전 접어버렸다. 어차피 옷과 머리는 젖었으니 우산이라도 살리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밤새 뒤척였다.

다음날 링링이 북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확인할 무렵 동네 여기저기서 시설 복구와 청소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아파트 화단의 나무 한 그루는 아예 뿌리째 뽑혀 드러누웠다. 가끔 산책하며 지나다니던 길목에 있던 나무였다.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번 태풍의 이름인 `링링`은 소녀를 귀엽게 부를 때 사용하는 표현이란다. 귀여운 소녀의 얼굴로 와서 도시를 휘저으며 끔찍한 장면을 연출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또 소름 끼쳤다.

며칠 전 지구 반대편 카리브해에서는 허리케인 `도리안`이 섬나라 바하마를 휩쓸었다. 사망자가 수백 명에 이를 것이란다. 링링보다 훨씬 센 위력과 질긴 생명력으로 며칠간 미국 동부와 캐나다까지 위협한 슈퍼태풍이었다.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피곤한 몸을 누였을 집과 그들의 삶을 순식간에 박살냈다.

가을 태풍이 강한 세력을 유지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의 상승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태풍은 열받은 지구가 인간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경고를 무시하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걸 알면서도 무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다. 지역사회나 각종 단체, 조직에 부는 `바람(여론)`도 크건 작건 다양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어떤 조직이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리더는 이런 `바람이 전하는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담긴 바람이기 때문이다. 바람을 열받게 하지 마라. 태풍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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