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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의 미추愛세이> 우울과 푸름은 `동색`

나이스미추 편집위원 | 2020-08-25 오후 4:25:26

 길고 긴 ``. 중부지방 장마는 50일을 넘기면서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가장 늦게 끝난 해도 올해로 기록될 모양이다. 전국 곳곳에서 물난리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람뿐만 아니다. 신문 1면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진 한 장이 실렸다. 황소 여러 마리가 어느 집 지붕 위에 올라가 있다. 자기들이 계단으로 올라간 것도 아니고 공중부양 능력이 있던 것은 더더욱 아닐 텐데 말이다. 순식간에 불어난 급류에 떠내려 오다가 다행히 지붕 위에 얹힌 것이다. 물이 빠지고 나자 이젠 내려갈 방도가 없다. 어찌할 바 모르며 주저앉은 어쩌겠``도 있고, 내려갈 방법을 찾아 서성대는 내려가겠``도 있다.

 

기세등등하던 장마도 지쳤는지 오락가락 비를 뿌리는 어느 오후, 사무실 옥상에서 바라본 하늘이 수묵화다. 먹물은 살짝, 물은 많이 적신 커다란 붓으로 화선지에 그린 것 같다. 멀리 보이는 산은 구름모자를 쓰고 있다.(모자가 아니라 우산이려나? 雨山이겠지!) 먼 풍경은 어떤 날씨든 아름답다. 지금 당장은 머리와 어깨가 젖든지 말든지. 채플린도 그래서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을까.

 

풍경 속 가까운 한 주택 지붕 위엔 태양광 패널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명색이 햇빛으로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연일 빛 대신 비라니. 긴긴 장마에 얼마나 발전(發電)했을까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햇빛을 기다리는 것들이 참 많다. 일조량이 많아야 무럭무럭 클 과일이며, 논의 벼와 밭의 다양한 작물 등 숱한 생명은 물론이고, 태양광 발전시설까지.

 

코로나 시대를 시작하면서 거리두기도 길어지고, 마스크 쓰는 날도 길어지는데, 장마까지 길어지면서 사람들 못 만나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우울한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그것도 긴 터널 어디쯤인지 모를 위치에서 희미한 불빛만 간신히 따라가는. 우울함은 영어로 블루(blue). 우울한 터널이 끝나면 푸른 하늘이 쨍- 하고 맞이하듯, 우울의 블루와 푸름의 블루는 `동색`이다. 우울을 통과하고 난 뒤에 만나는 기쁨이나 환희를 푸른 하늘에 빗대어 같은 색으로 위안을 삼으려던 게 아닌가 싶다. 코로나 우울과 장마 우울의 터널 끝에 펼쳐질 푸른 하늘을 빨리 보고 싶다. 그때가 되면 또 폭염 때문에 못 살겠다고 징징대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눅눅한 빨래 바싹 말려줄 쨍한 햇빛이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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