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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많은 동네에 들어선 젊은 창작자들 문화공간
심혜진 명예기자 | 2019-09-24 오후 3:06:43
 `수봉정류장`, 주민 사랑방으로 `자리`

 

제물포 남부역 건너편,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낯선 공간이 들어섰다. 유리문 너머 안쪽으로 커피잔과 인형, , 엽서, 뜨개용품 등 다양한 물건이 아기자기 늘어서 있다. 푹신한 소파도 눈에 띈다. 오가는 주민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기웃거리지만, 상점인지 카페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곳의 이름은 `수봉정류장`(미추홀구 수봉로68번길 51). 815일 문을 열었다. 배다리에서 무인 책방 `달이네``요일가게`를 운영해 온 문화기획자 청산별곡(본명 권은숙)이 수봉공원 일대에서 문화 활동을 펼치고자 세 팀의 예술창작자와 의기투합했다.

예술창작자들은 100(30)의 공간을 네 귀퉁이로 나눠 사용하고, 월세와 보증금을 함께 낸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을 만들고, 손수 만든 뜨개작품 등 수공예품을 전시·판매한다.

청산별곡은 그동안 모아 온 빈티지 생활소품을 내놓고 주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랫동안 무인 책방을 운영한 노하우로, 식물 관련 책을 진열·판매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창고로 쓰이던 곳은 지난해 세입자가 나간 뒤 한동안 임자를 찾지 못해 방치됐다. 건물 2층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청산별곡이 공간을 활용해 문화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문제는 월세였다. 혼자선 버거운 비용이라 공간을 함께 사용하며 월세를 나눠 낼 이들을 물색했다. 평소 그와 뜻이 맞던 창작자 여럿이 나서주었고, 지난봄부터 공간을 청소하고 페인트칠하며 인조 잔디를 바닥에 깔아 각자 자신이 사용할 공간을 꾸몄다. 개성이 묻어나면서도 조화를 해치지 않는 `수봉정류장`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수봉정류장`은 근처 수봉공원에서 이름을 따왔다. 문화공간이라면 그 공간이 위치한 지역과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정류장`은 누구든 들렀다 갈 수 있고, 멈추거나 고이지 않고 계속 흐른다는 의미다. 이름처럼, 문을 연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곳은 동네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동네에 할머니들이 많아요. 오가며 쉬시라고 가게 앞에 의자도 몇 개 내놓았죠. 늘 문이 닫혀 있던 곳에 젊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예쁘게 꾸며 놓으니까 보기 좋으신가 봐요. 의자에 조용히 앉아 계시다가도 `여기 뭐 하는 곳이냐, 구경해도 되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세요."

어떤 할머니는 자신의 집에 있는 크고 무거운 화분을 키우기 버겁다며 기증하기도 했고, 집 자물쇠가 고장 나 당황한 할머니는 무작정 이곳으로 달려오기도 했다. 때론 오래된 찻잔 세트를 가져다 놓기도 한다. 동네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 청산별곡은 싫지 않은 눈치다.

"할머니들이 우리 공간에 관심을 가질 거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예상치 못한 일이 자꾸 생기는 게 재밌어요. 이분들과 뭔가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엔 시범으로 `꽈배기 데이`를 열었다. 제과제빵을 배우는 이가 연습 삼아 찹쌀 꽈배기를 만들어 주민과 나눈 것이다. 당일 오전부터 할머니들은 "언제 나와? 언제 나와?" 하며 가게 앞을 서성였다. 결과는 대성공. 그날 만든 꽈배기는 모두 팔렸고 함께 만들며 다 같이 나누는 재미를 톡톡히 봤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관심이 큰 힘이 됐다.

사실 그에겐 `큰 그림`이 있다. 이 빌라 전체를 `문화빌리지`로 만드는 것이다. 지하는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2층은 게스트하우스, 옥상은 생태텃밭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주민들이 편히 쉬며 다양한 것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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